경기 흐름 바꿀 3분,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가 승부 가른다 [아하월드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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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28일(한국시각) 영국 밀턴킨스에서 열린 한국과 코트디부아르의 축구대표팀 평가전. 전반 24분께 선수들은 플레이를 잠시 멈추고 벤치 쪽으로 걸어가 물을 마셨고, 감독의 지시를 들었다. 3분간의 휴식이 끝난 뒤 경기 흐름은 급격히 코트디부아르 쪽으로 기울었고, 결국 한국은 이날 0-4로 완패했다.
경기 중 ‘물 마시는 시간’, 바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월드컵부터 도입되는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다. 전·후반 22분이 지난 시점에 3분간 선수들이 수분을 섭취할 수 있는 휴식 시간으로, 사실상 축구 경기를 22~23분씩 네 구간으로 쪼개는 셈이다.
2014 브라질월드컵 때도 비슷한 제도가 있었다. 당시 선수들의 탈진을 막기 위해 ‘쿨링 브레이크’를 도입했다. 전·후반 각 30분을 넘긴 시점에 습구흑구온도지수(WBGT)가 32도를 넘을 경우 주심의 재량으로 ‘쿨링 브레이크’를 선언해 잠깐의 수분 섭취 시간을 주는 것이었다.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갔다. 심판 재량이 아닌, 날씨·기온과 무관하게 의무적으로 모든 경기에서 적용되는 휴식이다.
바꿔말하면 두 번의 ‘추가 작전 타임’이 새로 생긴 셈인데, 코트디부아르와의 평가전에서 봤듯 월드컵에서 이 3분을 어떻게 쓰느냐가 승패를 가르는 변수가 될 수도 있다. 실제 네덜란드의 루이스 판 할 감독은 브라질월드컵 멕시코와 16강전에서 ‘쿨링 브레이크’를 활용해 전술 변화를 꾀했고, 결과적으로 2-1, 역전승을 거두며 8강에 진출했다. 당시 판 할 감독은 “쿨링 브레이크에서 우리는 ‘플랜 비(B)’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를 두고 피파는 ‘선수 건강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속내는 고도의 상업 수익 창출을 위한 ‘노림수’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전·후반 총 6분간 광고 송출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농구나 미국프로풋볼(NFL)처럼 쿼터마다 광고를 통해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것과 비슷하다. 결국 경기가 가장 뜨거워지는 황금 시간대에 갑자기 경기를 중단시키고 중간 광고를 내보내는 셈이다. 이를 두고 “경기 흐름이 끊긴다”(마우리시오 포체티노 미국 감독), “흐름을 타고 있을 때 3분이면 모든 것이 망가진다”(디디에 데샹 프랑스 감독) 등 비판이 나온다.
결국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는 단순한 ‘물 마시는 시간’이 아니다. 감독에게는 경기를 뒤집을 3분이고, 피파와 방송사는 광고로 수익을 채울 시간이다. 여러모로 고도의 전략이 깔린 이 ‘3분’이 이번 월드컵 판도를 어떻게 바꿀지도 흥미를 끈다. 자칫 물만 마시며 방심하다가는, 진짜로 ‘물 먹는’ 결과가 나올지도 모른다.
손현수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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